[스크랩] [영화평] 이제는 `조제`를 놓아주어야 할 때 (스포있음)
조제,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(2003)
사랑에 대한 가슴시린 성장소설 ★★★★★
우연히 만난 츠네오와 조제, 조제는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밖을 다닐 수 없는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입니다.
벽장에 틀어 박혀 책읽기를 좋아하는 그녀.
남들이 내다 버린 책들을 죄다 주워 읽은 탓에 풍부한 상식을 갖고 있지만 세상 물정엔 깜깜이.
어쩌면 조제는 내용도 모른 채 내다버려진 그런 책과 존재였는지도 모릅니다.
처음엔 그녀의 요리실력에 반해서, 그 이후엔 호기심과 동정심으로 츠네오는 조제를 찾습니다.
그에겐 스쳐가는 사랑일수도 있겠지만 그녀에겐 삶의 한줄기 빛과도 같았던 두 사람의 사랑.
그녀가 밖에 나갈 수 있다면 꼭 보고 싶었던 두 가지. 바로 호랑이와 물고기들.
호랑이는 공포 그 자체, 혹은 쓸쓸하고 고독한 그녀의 삶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.
반면 물고기들은 그녀가 꿈꾸던 평범한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요?
"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. 우린 또 다시 고독해지고.. 모든 게 다 그래.”
사랑을 함과 동시에 헤어져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는 그녀.
그녀에게 이별은 호랑이가 주는 공포처럼 다가 왔을지도 모릅니다.
호랑이는 보았지만 물고기들은 보지 못한 채 심해에 사는 산갈치를 보게되는 그녀.
그렇게 그녀는 자신에게 다시 찾아올 그 익숙한 쓸쓸함을 담담히 맞으려고 합니다.
츠네오가 오열하는 씬은 원래 시나리오에선 없었던 부분이라고 합니다.
남자배우인'츠마부키 사토시'가 배역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촬영 중에 돌연 대성통곡을 했다는데요.
감독은 이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영화에 사용했다고 합니다.
다시 혼자가 됐지만 그녀에겐 크게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.
그를 만나기 전과 달리 이젠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 밖을 나갈 수 있습니다.
비록 그는 떠났고 이전보다 더 쓸쓸하겠지만 그녀는 세상을 두려워하거나 도망가지 않을 것입니다.
당당한 그녀의 뒷모습에 연민보다는 박수를 쳐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12년 전 이 영화를 처음 볼 때와는 다르게 말이죠...
- fin -